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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처럼

자기 앞의 생

by bluefriday 2018.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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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단 한번만 받을 수 있다는 프랑스의 공쿠르 문학상. 

이미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을 통해 공쿠르 문학상을 받은 뒤, 로맹가리라는 가명을 통해 유례없게도, 다시 한 번 공쿠르 문학상을 받은 기이한 작가. 그리고 그 로맹가리에게 두 번째 공쿠르 상을 선물해 준 그의 작품 ‘자기 앞의 생’.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일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지만, 생각 외로 책의 구성 방식이나 작중 화자의 표현 방식은 딱딱하지 않고 가벼운 내용이었다. 

보통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몰입도가 높아지고 읽는 속도에 힘이 붙는 편이지만, 어린 아이인 화자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는 우스꽝스럽고 어렵지 않은 표현들 덕분에 더 쉽게, 즐겁게 책을 읽어갈 수 있던 듯 싶다.

작품 속의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 모모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로자 아줌마와 함께 지내게 된다. 항상 그를 위해 좋은 이야기만 해주려 하는 하밀 할아버지, 모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 모세, 그리고 모모를 남달리 아껴주는 나딘.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세상과 삶에 대해 생각하는 모모.

책은 그런 모모가 로자 아줌마와 함께 지내는 기간의 일부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작중 화자인 모모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어찌보면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주제를, 우리가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작품의 끝부분에서 모모는 자신을 돌봐주던 로자 아줌마를 거꾸로 돌봐주게 되고 그런 로자 아줌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사람에게 행복감을 선물해 주지만 그와 동시에 고통스러움도 안겨주는 것 역시 우리 인간의 生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후 로자 아줌마를 죽을 때까지 간호하며, 마지막 순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서까지 그녀를 지켜주는 모모. 

그리고 그녀의 죽음 앞에서 모모가 얻은 깨달음마지막으로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며 모모에게 이야기 해주는 하밀 할아버지의 말을 통해 우리는 로맹가리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에게 생이란 삶도 행복도 그리고 죽음도 전해주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요소이지만 그 생은 사랑을 통해서 변화하며 더 성숙하고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이 모모라는 어린아이의 눈과 입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즐거워하면서, 다른 한 편으론 그렇게 함으로써 현상이나 사물을 보는 새롭고 신선한 관점을 보여준 로맹가리에게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종교에 대해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어린아이가 화자였기에, 우리 독자 또한 어찌보면 심각할 수 있는 외부 요소들에서 눈을 돌린 채, 모모가 혹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모모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마지막 표현이자 작품의 마지막 문장‘사랑해야 한다’. 아마 저자가 모모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 문장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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