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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여행

[거제, 통영 여행] 태풍 타파를 뚫고 다녀온 거제, 통영 여행 - 1

by bluefriday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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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9월에 다녀온 거제, 통영 여행에 대한 블로그입니다. 

 


2019년 우리는, 너무 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해서 초가을 정도에 남해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어디에 갈까 하다가 매물도도 다녀올 수 있는 통영과 그 근처에 있는 거제까지 해서 2박 3일로 일정을 잡고 숙소도 몇 개월 전에 여유있게 예약했다.

그렇게 숙소까지 예약해놓고, 그래도 국내 여행이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마침 여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비슷한 시기에 태풍이 온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일정을 변경할까 하다가 둘 다 다른 일정으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일정 자체는 진행하되 태풍과 관련된 뉴스를 확인하면서 바닷가 근처로 가지 않기로 하고 최대한 조심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친구의 차로 함께 갔는데, 가는 길 자체는 많이 밀리진 않아서 점심 전에는 거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굴 국밥과 굴 튀김 등을 먹던 때에만 해도 사실 태풍이 우리 경로랑 조금 빗겨간다는 뉴스 기사 등을 확인했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태풍 '타파' 에 대한 경로가 정리된 일정을 보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여행을 갔던 시기와 많이 겹치긴 했다. 운이 없었다고 해야하려나 ㅠ, 결국 바닷가 근처에 가는 건 포기하고 시내에서 회를 포장한 다음에 바로 숙소로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물론 시내로 가는 길마저도 비가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오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예상을 못 했던 건 1) 관광객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 일요일이 우리의 여행 첫 날이었다는 점과 2) 태풍 때문에 배가 출항하지 않아 시내에 있던 횟집들이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2가지 이유 때문에 포장해 갈 횟집을 찾는 것만으로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정말 다행히, 한 횟집에서 포장이 가능했다. 사실 이건 조금 운이였던 게 이 횟집도 오늘 다른 횟집들과 마찬가지로 문을 열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다만 갑자기 사장님이 가게에 뭘 두고 온게 생각이 나서 잠시 가게에 가려던 차에 우리가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회를 포장해주신다고 하셨다.

회를 포장하면서 잠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장님도 원래 안양에 사시다가 내려오셔서 이렇게 회집을 하시고 계신다고 했다.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인지ㅎ 

사실 회를 좋아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회알못이다. 막썰이 회를 포장해왔는데, 그냥 막 썰어서 막썰이 회인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태풍 때문에 문을 연 식당을 못 찾아서 무슨 회를 고르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겨우 문을 연 가게 이름 자체가 막썰이회인 걸 보면 '이게 주력이니까 제일 맛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포장해 왔는데 양이 상당하다. 회만 주문했는데 회만 주신게 아니라 매운탕 거리도 주시고, 사진에 보면 다른 야채나 반찬들도 많이 챙겨주셨다. 

그리고 회를 먹었는데, 아니 태풍을 뚫고 내려가서 어렵게 가게를 찾고 그걸 빗속에서 포장해와서 먹어서 그런지 감동할 정도로 맛있었다. 회가 두툼해서 그런지 씹히는 맛도 좋고, 매운탕도 하나도 비리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왜 그 매운탕이 상태가 안 좋으면 된장 등을 넣어서 비린 맛을 없애는 곳도 많다고 하는데, 비리지도 않고 위 사진을 보면 살도 많은 생선을 냄비가 가득 찰 만큼 많이 주셨다. 거제에 다시 가게 되면 진짜 반드시 저 집을 찾아서 한 번 더 인사를 드리고 포장을 하든 가게에서 먹어보고 싶다.


광고가 아니라 먼 훗 날에 내가 다시 거제에 가면 보려고 올려둔다.

 

 

 

 

  • 주소 : 경남 거제시 옥포로6길 13
  • 전화 : 055-687-6694

 

그렇게 거제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2일차에는 통영으로 이동했다. 사실 우리는 이 시점까지도 약간 희망적이었다. 어제를 기점으로 이미 태풍은 거제/통영 지역을 벗어났다고 뉴스 예보를 확인했다. 거제에서는 폭우와 태풍을 조심하며 숙소에서 '놀라운 토요일' 을 보면서 푹 쉬었지만, 2일차에는 통영으로 이동해서 원하던 매물도에 다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먼저 거제에서 통영으로 이동해서 오전에 이순신 공원에 도착했다. 오전 산책 정도로 생각해서 고른 코스인데, 태풍은 지나갔어도 여전히 날이 흐리고 가끔 비가 오기도 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조금 더 파란 하늘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약간 아쉬운 마음은 들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렇다고 여행지에 와서 '왜 여기서는 날씨가 꾸물꾸물하지' 라고 생각하면 여행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날씨가 궂은 날 간 우리가 잘못이지 그걸 여행지에 탓할 수는 없으니, 비가 오고 흐리면 흐린대로 그 여행지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이순신 공원의 둘레길도 생각보다 길이가 되서 산책을 하기엔 충분했다. 오히려 비가 와서 사람들도 적고 한적하니 좋았다.

산책 후에 근처에서 게장 백반을 먹었다. 나도 친구도 게장을 좋아해서 더 달라하면 계속 주시는 (그대로 옮겨 적었는데 그냥 무한리필이랑 같은 말이다) 식당으로 갔는데, 흰 쌀밥에 살이 많은 게장에 여러 밑반찬과 생선구이까지.. 일단 이번 여행이 기상 상황으로는 영 점수가 안 나올지 몰라도, 적어도 오늘 점심까지 먹은 음식에 관해서는 다시 돌아봐도 입맛이 당길 정도로 좋은 여행이었다. 급하게 숙소에서 나오느라, 아침에 매운탕으로 라면도 못 끓여먹고 나왔는데 그게 조금 아쉬울 정도다.

오후에는 원래 일정대로 통영에서의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동피랑 벽화 마을을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여전히 날이 흐리고 비가 와서 일단 동피랑 초입의 카페에서 조금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비가 조금 그쳐서 올라온 동피랑 벽화 마을. 동네 여기저기에 벽화가 그려져 있어서 관광객도 많고 포토존도 많은 곳이다.

사실 비나 태풍도 이유겠지만, 우리 여행 코스가 일-월-화 코스로 사람들이 가장 몰리지 않는 요일대이긴 했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에서도 관광객이 거의 없었고 한껏 여유있게 동피랑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실 오전에 매물도로 가기 위해 관련해서 전화를 해봤는데 일단 오전에는 배가 뜨지 않고 오후에 배가 뜰지도 오후가 되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동피랑 관광을 하기 전에 다시 전화해봤는데 역시나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을 받았다. 태풍이 지나갔다고는 해도 무리할 수는 없어서 결국 오늘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2박 3일로 국내 여행을 왔는데 사실 아무래도 아쉽긴 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잠시 통영에서 유명하다는  '충무 김밥' 이 생각나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한번 먹어봤다. 그냥 시험삼아 1인분을 시켜봤는데, 눈에 보이는 저게 1인분으로 당시 기준으로 5,000원 정도였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성비가 좋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뭔가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노래방이나 모텔이 많이 보이는데 우리는 저 가운데에 있는 '강변 다찌' 라고 하는 식당에 갔다. '다찌' 라는 문화가 통영에만 있는 건 아니고 뭐 지역에 따라 조금씩 있다고는 하는데, 주로 남부지방에서 메뉴를 식당 주인에게 맡기면 주인이 알아서 그날 그날 바뀌는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가격이 그렇게 싸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다찌 집은 술을 주문하면 안주를 무제한으로 주는 그런 느낌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술 자체에 음식 비용이 포함되어 나온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2인에 40,000원인가로 잡고 그 뒤에 술을 시킬 때마다 소주 한 병에 10,000원 ? 이렇게 받았었다. 뭐 다찌 자체가 가성비를 고려하고 먹는 음식은 아니긴 한데, 다음에 다시 통영에 와서 다찌를 먹는다면 그냥 다찌 식당으로 유명한 곳을 찾는 정도가 아니라 그 다찌를 어떤 식으로 가격을 계산하는지도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

물론 음식은 맛있었다. 해산물도 신선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친절하게 잘 대해 주셨다. 그런데 사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런 게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여행에 왔는데 흐린 날씨가 조금은 우울했나보다. 

심지어 오늘은 맑을 줄 알고, 1일차에 별로 무리하지도 않고 일찍 누웠었다. 그것도 나름 분해서, 오늘은 그냥 내일 일찍 일어날 생각 따윈 말고 말 그대로 밤 늦게까지 달렸다. '뭐 이런 여행도 있는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 이게 어떤 나쁜 운을 피해가려는 것도 있었겠지' 라는 생각도 했던 듯 하다.

사실 여행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오래 알고 지내온 친구와 함께 다니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여행의 주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2일차 통영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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