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0월에 다녀온 속초 여행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참고하실 경우 연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작년 거제, 통영 여행을 다녀온 후 약 1년 뒤, 이번에는 남해가 아니라 동해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다시 남해에 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지난 번과는 달리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여서, 경로가 조금 짧은 강원도 쪽으로 정했다.
그렇다고 또 바다를 보러 간 건 아니었다. 아 물론 바다도 보긴 봤지만, 이번에는 단풍 구경을 할 겸 설악산 국립 공원에 다녀왔다.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많이 산에 오르다 보니 산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어릴 적에 학교 소풍은 늘 학교 뒤 관악산으로 갔었고, 가족들과 전국의 사찰 등으로 여행을 다닐 때에도 산을 많이 타곤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동네 친구와 함께 종종 관악산에 등산을 다녀오곤 했다.
사실 설악산 국립 공원은 그렇게 간단하게 휭- 다녀올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지점까지만 다녀오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아침에 출발을 해야 하고 그 아침에 출발을 한다는 것도 설악산 국립 공원 입구에서를 기준으로이다.
물론 여행 계획을 그렇게 세워서, 여기서 새벽에 출발을 하고 그래서 속초까지 빠르게 가서 이른 아침에 등산을 시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로까지 무리해서 다녀올 계획은 아니었다. 설악산에 가서 단풍도 보고 가능하면 적당한 지점까지 욕심내서 다녀올 정도의 계획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설악산은 예전에도 와 본적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여기에 언제 와봤나 싶었는데 이 초입을 봤을 때 어린 시절의 기억이 겹치면서 생각이 났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설악산을 찾는 사람들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차들도 모두 설악산 국립 공원 입구 쪽에 차를 대기 위한 사람들이다.
날짜는 정말 잘 잡은 것 같다. 아직 산을 다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탑승장이 있고 근처에 이렇게 설악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표지판이 있다. 현재 위치와 원하는 지점으로 가기 위한 대략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특정 지점까지의 거리를 평균적인 속력으로 계산하여 대략의 예상 왕복 시간까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대략 귀면암 / 양폭 대피소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위치까지 가 볼 수도 있었겠지만, 케이블 카 시간도 딱히 맞지 않았고 그보다는 그냥 산을 같이 걸어가면서 단풍을 즐기고 싶었다.
무덥지 않은, 10월의 밝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른 등산길. 그래도 우리가 가는 코스는 길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중간 중간에 포장되지 않은 길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길을 걷는 것도, 산을 타는 매력이다. 이 정도로 햇살이 밝고, 풍경이 좋으면 사실 사진을 그렇게 막 열심히 찍을 필요가 없다. 산을 타고 가다가 조금 풍경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 대충 사람들을 피해서 사진을 찍으면 될 정도였다.
어느 정도 지점까지 오르자, 조금은 울긋 불긋한 단풍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려올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계속 올라가고 싶었지만, 산에서는 더 빠르게 어둠이 찾아오는 편이라, 우리도 늦지 않게 산을 내려왔다.
산을 오르면서 목표를 정하지 않고 다녀온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목표 지점에 대한 욕심 없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오히려 서두르거나 시간에 맞출 필요가 없어서 정말 마음 편하게 산 자체를 즐기면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다녀온 설악산 국립공원은 그럴만할 정도로 예쁜 모습이었다.
설악산 초입에서 조금 어벙벙하게 찍은 내 모습 :D
산에서 내려오자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마트에서 적당히 먹을 걸 사와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저녁을 먹는 내내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 한마리가 주변을 서성거렸다. 같이 간 친구가 고양이를 참 좋아해서 이렇게 사진으로도 남겨봤다.
그렇게 설악산을 다녀온 뒤의 노곤한 몸으로 바다소리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바다소리가 들려서 혹시나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의 풍경을 다시 보니 숙소 앞에서 바다가 보였다. 애매하게 오션뷰?? 라고 해야하나..ㅋ 어제는 날이 이미 어두워진 후에 숙소에 돌아와서 알지 못했나보다.
어제 우리와 함께 있던 고양이는 아직 잠이 덜 깼나보다. "이제 일어났냐"는 정도의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숙소 체크 아웃을 하고 속초를 떠나기 전에, 생각해보니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잠시 바다 구경을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도 바다가 바로 보일 정도라 이동했다고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가까웠다.
속초 바다 바로 안 쪽에 이렇게 작은 소나무 휴양림이 마련되어 있다. 어제의 피로를 삼림욕으로 푸는 친구의 모습ㅎ.
설악산 등산에 대해서만 계획하고 있어서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속초'는 산도 바다도 모두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렇게 보면 아예 2박 3일 코스로 계획해서 1일차에 바다를 보고, 2일차에 일찍 출발해서 설악산에 다녀오는 코스로도 가능할 것 같다. 뭐 아마 검색을 더 많이 해보면 분명 그렇게 다녀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몰라도 뭐 이렇게 여행을 통해서 배워간다고 생각해야지ㅎ.
우리가 다녀오는 여행은 가끔 미숙하고 어설픈 부분도 있다. 그래서 예상 못한 놀라움도 있고, 예상 못한 즐거움도 있나보다.
숙소 침실 벽에 붙어있던 글귀. 곧 연말이 다가오는데 그 사이 뭔가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10월의 속초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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