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지난 번에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 라는 책을 읽어서였을까. 

그를 조금 더 이해해 보고 싶었다. 흔히들 1910년대의 미국을 이해하려면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를 읽어야 하고, 1930년대의 미국의 삶을 이해하려면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어야 하며, 1920년대의 미국 사회상을 알고 싶으면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기에...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이후로 미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뽑히는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 이번에 과감히 이 거대한 혹은 위대한 작품을 신청하게 됐다.

‘벤자민 버튼’만큼 단편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개츠비라는 문학은 사실 그렇게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간략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서술해 보자면, 미국의 가난한 중서부 출신인 개츠비는 군의 장교로 근무하던 중 미모의 여성인 데이지 페이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곧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데이지와 헤어지게 되고, 5년 뒤에 전쟁이 끝나 귀국하게 되지만, 이미 그 때 데이지는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하여 갖은 수단과 어두운 방법으로 돈을 번 개츠비는 다시금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의 정부인 톰과의 관계에서 혼란에 빠지다 결국 톰의 계략으로 인하여 살해되고 만다. 

이 작품은, 우연히 개츠비의 옆집으로 이사 오게 된 주인공(닉)의 시점에서, 주인공이 개츠비와 그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구조로 서술된다.

글을 모두 읽은 후에,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이 글을 읽으려 했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읽기 전의 처음 마음이 너무 초라해질 만큼의 대작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남녀간의 애증 관계를 다룬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미국의 이 당시의 시대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이나 이상까지 다루고 있는–물론 그러면서도 그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많은 비유적 표현과 상징으로 다룬-그런 작품이었다. 

마치 팬더를 보러 동물원에 갔다가 돌고래를 보고 놀란 내 어릴 적의 심정이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개츠비라는 인물과, 그를 만들어낸 피츠제럴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물론 문학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저자의 성격과 저자가 그 당시에 처한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좋다.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을 통해서 저자는 그 무엇보다도 환상과 이상의 중요성을 가장 큰 주제로서 다루고 있다. 

개츠비의 삶을 통하여 삶의 비결이라는 것이 환상과 이상을 가진 다는 그 자체에 있으며, 결국 이러한 것만이 우리의 무미건조한 삶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난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그녀도 알게 될 겁니다.” 작품 내부에서 개츠비가 닉(작품 내부의 술자)에게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개츠비를 충분히 낭만적 이상주의자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의 이상이 도덕적으로는 타락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꿈을 성취시키기 위한 노력만을 놓고 본다면 그것은, 톰이나 데이지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과 비교해볼 때 오히려, 존경스럽고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아마도, 닉이 개츠비를 향해서,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에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라고 외쳤던 것은. 저자가 자기 자신 혹은 이 글을 읽는 대중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된다.

분명 이 글은 독후감의 성격이지만 조금 더 저자의 이야기로 전개해보고 싶다. 

피츠제럴드는 평소에, “모든 작가는 자기 세대의 젊은이들, 다음 세대의 비평가들, 그리고 그 뒤의 영원한 미래 세대의 교육자들을 위하여 작품을 써야한다” 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동시대의 젊은 독자들에게 그렇게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그 다음 세대의 문학 비평가들이나 학자들 그리고 교육자들로부터 매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에서 그가 높은 가치로 추앙 받는다고 해서 그의 이상이나 신념을 반드시 본 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목적을 가진 성공을 위한 그의 열정을 기억하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피츠제럴드와 개츠비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 또한 염두에 두면서, 우리네 삶을 현재의 사회적 가치관과 통념을 염두에 두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고 싶다.